조삼모사식 처방 그만하고, 에너지 공공성 강화로 근본적 대책 마련하라! - 정부의 전기/가스 요금 인상 보류 발표에 부처

2023. 3. 31. 23:44[ 414기후정의파업 성명서 ]

 

 

오늘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 보류를 발표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물가인상과 실질임금 하락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번 결정이 2분기 요금 동결이라고는 할 수 없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은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해 여러 논의를 했고, 당과 정부에서 최적 안이 선택되면 그 무렵 시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을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정부와 여당, 여러 경제학자와 에너지 전문가의 입에서 반복된 잘못된 진단과 조삼모사식 처방을 되풀이한 것이다. 먼저 국제 에너지 가격의 인상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서 장기계약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수급을 관리했으면 이번과 같은 큰 충격은 훨씬 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역대 정부는 민자발전 대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을 독려해왔고, 그 결과 가스공사의 장기계약이 크게 감소했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 폭등 시기에 장기계약과 단기계약의 가격차는 3배까지 벌어져 가스공사에 큰 부담이 되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해 민간 사업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 토지 가격이 저렴한 농어촌 지역에 농민들의 경작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태양광 발전이 들어서 문제가 발생했다. 민간 사업자는 이윤이 되면 재생에너지를 부적절한 입지에도 마구 설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설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관했다. 제대로 된 재생에너지 확대가 안 되면서 화석연료 가격의 변동성에 취약해진 것이다. 민간 사업자의 이윤에 종속되지 않는 공공적이며 민주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다.

 

반면 에너지 가격 폭등 속에 에너지 대기업들은 홀로 폭리를 얻고 있다. GS, SK, S-Oil, 현대 등 4대 정유사의 2022년 영업이익은 14조원으로 2021년의 2배 규모였다. SK, GS, 포스코 등 3대 민자발전사의 2022년 영업이익은 2조 2천억원으로 2021년 7천억원보다 3배가 됐다. 에너지 대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와 초과이윤을 통제하기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민자발전사들은 가스공사와 한전의 비용으로 자신의 뱃속을 채우고 있다. 잘못된 에너지 산업의 구조를 바로잡는 것으로도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크게 줄이고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 압력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대기업들의 에너지 요금을 충분히 인상하며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와 “대기업에 대한 전력요금 특혜를 중단하고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라”를 13대 투쟁에 포함시켰다. 물가인상과 에너지 위기로 이득을 얻는 대기업과 피해를 보는 일반 시민들은 분명히 구분된다. 무차별적인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아니라 부담능력이 충분한 대기업의 요금을 선별적으로 인상하고, 시민 삶의 필수재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 나아가 탈상품화로 에너지 기본권을 강화하고 양질의 주거권을 모두에게 보장해야 한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4월 14일 세종시에 모여 물가인상, 실질임금 삭감, 기후·에너지 위기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행되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규탄하고 생태학살 중단과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릇된 진단과 조삼모사식 처방 속에 무차별적인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을 되풀이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에너지 공공성을 강화하고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즉각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해야 한다. 공공교통 확충 등으로 에너지 수요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 지역 주민과 노동자를 존중하는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에너지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명확한 대안을 가지고 투쟁할 것이다.

 

2023년 3월 31일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